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휴전'…창업가 일가 '공동대표 화합' 길 택해

지난 3개월간 경영권 분쟁을 빚었던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가 공동 대표 체제를 택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모친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신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로 선임되면서 창업가 일가가 마침내 한 배를 탄 모습이다.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4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 사내이사를 송영숙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기 주총에서 임종훈, 임종윤 형제가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된 지 일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였던 송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차남 임종훈 대표와 '공동 대표' 체제로 경영에 나서게 됐다. 대표 2인 체제로 전환한 것은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이후 창업주 일가가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분석된다.
공동 대표 체제에서는 대표 1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다른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징이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도장 두 개가 찍혀야 모든 게 진행되고, 양측 인사들이 이사회에 함께 들어와 있어 앞으로 논의와 합의를 통해 모든 사항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 40%를 바탕으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논의했다.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 4명 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인데, 사내이사에는 임종윤, 종훈 형제가, 사외이사에는 분쟁 당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등 2명이 거론되고 있다.
임시 주총을 통해 한미약품 새 이사진이 확정되면, 임종윤 사내이사가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분쟁 당시 형제 측은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임종훈 이사가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기로 한 바 있다.
이사회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156만여주 소각도 결정했다. 한미측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를 기점으로 주주와 직원,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뉴한미의 새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OCI그룹과 통합을 두고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대 임종윤, 종훈 형제 간 대립에서 비롯됐다. 분쟁 당시 형제 측은 통합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경영권 쟁탈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정기주총에서 형제 측 이사 5명이 새로 선임되며 분쟁이 일단락됐고, 이번에 공동 대표 체제를 통해 창업가 일가의 결단력 있는 화해가 이뤄진 셈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임종윤, 종훈 형제 등 신규 이사 5명과 송영숙 회장 등 기존 이사 4명을 포함한 총 9명의 이사진 전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