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간 리뷰] 인간과 자연 경계넘나드는 '토끼 관음'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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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일본 출신 현대미술가 이케무라 레이코의 첫 국내 미술관 개인전이 3일 대전 헤레디움에서 개막했다.
'수평선 위의 빛'전에는 지난 10년간의 작업 30여 점이 회화, 조각, 설치작품 등 다양한 장르로 소개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m가 넘는 대형 브론즈 조각 '토끼 관음'(Usagi Kannon)이다. 치마를 입은 여성과 토끼 머리가 융합된 독특한 형상으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손을 모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작품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태어난 귀 없는 토끼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도의 의미가 담겼다. 동시에 사람이 머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치마는 피난처를 상징한다.
작가는 "모든 생명체가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서 작업이 출발한다"며 "작품들을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화 '마운틴 레이크'에서도 산수화 속 풍경 속에 인간, 동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한 형상이 보인다. 작가 특유의 애니미즘적 세계관이 반영됐다.
전시장에서는 또 수평선을 주제로 한 회화 연작과 작은 유리 조각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케무라 레이코는 일본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스위스에서 데뷔전을 연 뒤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이다. 이런 개인적 경험 덕에 작품 세계에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등 다양한 요소가 공존한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계속된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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