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포인트] 보존과학자의 눈을 통해 본 문화유산의 새로운 생명

박물관의 조용한 수장고에서 시작되는, 오래된 물건들이 다시 태어나는 여정. 국립광주박물관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한 신은주 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신은주 씨가 출간한 신간 '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은 보존과학자로서의 경험과 문화유산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은 조각나고 녹슬고 갈라진 유물들의 시간을 꿰맞춰온 한 보존과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 씨는 보존과학자를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오래된 물건들의 생명을 다시 이어주는 사람', '멈춰버린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이 직업의 소명과 가치를 강조한다.
책은 유물이 박물관에 도착한 후 진행되는 보존 처리의 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보존과학자들의 일터인 연구동은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은 문화유산을 후세에 전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는 보존 처리 과정에서 유물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유산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나무, 금속,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를 보존 처리하는 방법과 최근 과학기술이 이 분야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짚어주며, 이를 통해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 씨는 유물에 대해 "은퇴 후 사라졌던 그들이 땅에서 출토되는 순간, 새로운 인생 2막이 펼쳐진다"며, "기록되지 못한 역사를 존재로서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유일한 진리 앞에서, 마지막까지 존재하여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유물의 생명이자 우리의 삶이라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는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다시 발견하려는 노력을 통해, 문화유산이 가진 새로운 생명을 탐색하는 여정을 제시한다. 보존과학자의 섬세한 손길이 어떻게 역사의 층을 넘어 우리와 소통하는지,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