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포인트] 공중화장실에서 시작된 사회적 논쟁

공중화장실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그 역사적 변천을 다룬 신간 '화장실 전쟁'이 출간됐다. 프린스턴대 알렉산더 K. 데이비스 교수가 저술한 이 책은 미국 공중화장실의 200년 역사를 통해 젠더, 섹슈얼리티, 사회적 불평등을 조명한다.
저자는 공중화장실이 단순한 일상의 공간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공간임을 강조한다. "화장실 사용 가능 여부는 어떤 몸, 정체성, 공동체가 공공의 공간에 존재해야 한다고 여겨지는지를 암시한다"며, 이는 사회적 인식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논의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화장실 전쟁'은 192명과의 인터뷰와 7238건의 문서 분석을 통해 공중화장실에 얽힌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젠더 분리 화장실의 등장 배경, 여성 노동자를 위한 화장실, 성 중립 화장실, 가족용 화장실 등 공중화장실의 변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특히, 저자는 계급 의식과 위생을 통한 계급 상승 열망이 공중화장실 설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성별을 분리한 화장실 의무화에 이르는 법적 규제의 역사, 여성 인권 및 장애인 접근권의 화장실 구현 등을 세심하게 설명한다.
미국 주요 대학들이 성 중립 기숙사와 화장실을 도입한 배경과 젠더 개념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심층 분석도 이 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화장실 전쟁'은 공중화장실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통해 사회의 근본적인 이슈를 다루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회적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