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포인트] 디터 람스의 철학과 조너선 아이브의 혁신,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내게 디자인은 사치품을 사도록 자극하는 술책이 아니라 복잡하고 어수선하면서도 매혹적이며 개방된 세상에서 지향점과 태도를 담은 체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이 세상을 모든 사람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 있다."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복귀한 후, 그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제품 디자인이었다. 애플의 제품을 심플하고 혁신적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조너선 아이브,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였다. 아이브의 손길이 닿은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애플 제국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은 디터 람스의 영향을 받았다. 람스는 아이브의 우상이자 애플 제품 디자인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진다. 특히, 2001년에 출시된 1세대 아이팟은 1958년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포켓 라디오 T3'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집약한 책,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에서는 그가 추구한 10가지 디자인 원칙이 소개된다. 람스는 좋은 디자인이 혁신적이고, 미적이며,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거슬리지 않고, 정직하고, 간결하며 오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이 원칙들을 절대적인 법칙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와 기술의 진화에 따라 좋은 디자인의 개념도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애플의 혁신적 디자인 뒤에는 람스의 영향력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아이브와 잡스가 만들어낸 제품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을 꾸미는 것을 넘어, 제품의 핵심 가치와 사용자 경험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이들은 명확히 보여주었다. 애플의 디자인 혁신은 람스의 철학과 아이브의 창의성이 만나 탄생한 결과물로, 오늘날 기술 디자인의 표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