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리뷰] 60개 풍경화가 그리는 하나의 이미지

국제갤러리 K1 전시장의 한쪽 벽에는 가로 81cm, 세로 90cm 크기의 59개의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으며, 작가는 60개 중 하나를 고의로 떼어내고 그 자리를 빈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떼어낸 이미지는 맞은편 벽에 확대하여 새로운 그림처럼 전시, 공간의 확장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서울 소격동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는 이광호 작가의 개인전 '습지의 숨결'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뉴질랜드 남섬의 한 습지를 방문한 후 이광호 작가가 수년에 걸쳐 그린 풍경화들로 구성되었다.
이광호 작가는 습지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 중 하나를 선정하여 크게 확대한 후, 이를 60개의 독립된 화폭으로 나누어 그리는 독특한 방법을 시도했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인 화면 구획의 전형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하나의 이미지를 독립된 회화로 완성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이광호 작가는 캔버스 바탕 면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사용하는 캔버스 천의 올 굵기에 따라 물감의 흡수 정도가 달라지는 점에 주목하며, 다양한 바탕 면에 작업을 진행했다.
또 엔코스틱(encaustic) 기법을 활용하여 밀랍과 안료를 섞어 불에 달궈 화면에 고착시키는 방식으로 윤곽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동시에 회화적 감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 시력이 저하되면서 대상의 윤곽을 분명하게 하기 힘들지만, 그로 인해 회화적 감성은 더욱 드러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이어지며, 이광호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와 실험적인 표현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