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포인트] 삶의 방향성에 대하여, '목소리들'

한국 문단의 거장 이승우 작가가 그의 열두번째 소설집 '목소리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섬세한 인간 심리의 깊이를 탐구한다. 이번 소설집에는 2021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마음의 부력'을 비롯해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음의 부력'에서는 어머니가 죽은 큰아들의 목소리를 작은아들의 것으로 착각하는 설정을 통해 상실과 부채 의식,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작가는 자신만의 정밀하고 유려한 문체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그려낸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목소리들'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독백 형식으로 자신들의 속마음을 토로한다. 막내아들의 죽음 이후 겪는 가족 내 갈등과 죄책감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엄마는 죽음에 대한 책임을 남편과 다른 자식에게 돌리는 반면, 아들은 그런 엄마의 태도에 반기를 든다.
또 다른 단편 '물 위의 잠'에서는 타지에서 의문사한 형을 끊임없이 찾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동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 역시 형제 관계와 어머니와의 복잡한 감정의 얽힘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승우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가족이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생긴 균열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정확하고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낸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질문에 천천히 대답을 찾아가며, 그 과정이 작가의 논리정연하면서도 유려한 문장 속에 잘 녹아 있다.
비록 책의 두께는 얇을지라도, 여덟 편의 작품에서는 작가의 오랜 통찰과 깊은 공력이 엿보인다. '목소리들'은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깊이를 탐색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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